1.
추석을 맞이하여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는 외국인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공항에 잘 도착했고, 공항은 언제나 어떤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하는 장소같다는, 여행지로 떠나기 전의 설레임이 물씬 풍기는 그런 텍스트. 그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는 그와 섹스를 할 생각이다.

2.
오후 내내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까 밤 12시. 핸드폰을 열어보니 몇몇 사람들의 추석용 안부 문자들이 와있었다. 솔직히 누군지 모르는 문자도 섞여 있었고, 아무튼 나는 아무에게도 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3.
잠이 오지 않아 아는 사람들(나는 알지만 그들은 나를 모르거나 그냥 그렇다.)의 블로그를 들락거린다. 참 패셔너블 하게 살고 있구나, 참 여유롭게 살고 있구나, 참 재미있게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내 자신이 서글퍼 진다.

4.
어제는 가을 분위기를 내고자 편집기사와 피디님과 촬영감독님과 함께 전어에 소주를 마셨다. 예상대로 폭로전이 시작되었고 큰소리들이 오갔다. 결국 피디님은 참지 못해 말없이 집에 가버렸고, 나는 덩그러니 남아있는 촬영감독님을 붙잡아 두고 주저리 주저리 넋두리를 해댔다. 미워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5.
내일은 뭘할까. 새로 산 오븐을 테스트 할겸 홈베이킹을 해볼까.  

6.
새로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그래서 영화를 찍게 되면 꼭  b. fleischmann의 음악을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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